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 5편 도시디자인의 역할과 수법론
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5편-개별성 도시로써 근대도시
조 용 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前)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前)한국주거학회장
前)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前)중앙도시계획위원
도시디자인의 역활과 대상
도시디자인의 다양한 역할론
도쿄대학은 1963년 펜실베니아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 이어 3번째로, 3개 강좌로 이뤄진 도시공학과를 개설했다. 이 중 제2강좌가 도시설계 강좌(이후 도시디자인 강좌로 변경)다. 이 강좌는 건축학과 교수이자 세계적 건축가인 겐조 단게가 책임을 맡았고, 그의 정년 후에는 후임교수들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일본대학의 독특한 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도시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일본이 세계 도시디자인의 한 축을 담당했던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긴 세월동안 이어져온 강좌는 도시 디자인 역사에서도 눈여겨 볼 만하다.
겐조 단게는 도시 분석의 실마리로 시작한 도시계획은 도시규제 수단으로써 조닝기술을 개발해 계획의 수량화를 꾀하면서 토지이용의 큰 개요를 만들었지만, 수단을 목적으로 잘못보는 위험성과 함께 ‘도시다움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하는 문제에서는 벗어나있다고 지적하며, 도시디자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도시디자인의 역할을 건축과 도시를 성장·변화하는 유기체로 인식하고, 이들이 융화적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양자 관계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건축이 도시적 확장을 하고, 도시도 공간적 개념을 풍부하게 하면서 새로운 공간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미지 항구를 가까이 느끼게 하는 축으로써 일본대로, 요코하마는 역사를 살리는 길 만들기, 사람친화적 길 만들기, 활기창물의 무대라는 주제로 차도를 줄이고 인도를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출처-전요코하마 도시디자인 실장 구니요시 나오유끼)
이는 도시디자인이 도시계획과 건축 디자인의 분리 아래 각각의 계획 이론을 높이면서 나타난 도시적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 번째로 강좌를 맡은 건축가 오타니 유키오 교수 역시, 도시 디자인 역할을 “근대도시계획이 개발한 추상화, 수량화의 의미와 방법을 받아 계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 디자인의 형상화 이론과 방법을 보다 광범위한 전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세 번째로 강좌를 맡은 와다나베 사토오 교수는 “도시계획은 건축, 토목구조물, 조경, 공예와 같은 구체적 기술과 예술 수단을 통하여 실현되는데, 이 과정에서 형태(공간, 형태, 구성, 경우에 따라서는 의장)의 권리를 조정하고 종합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흐름이지만 전임 교수들이 건축과 도시의 관계를 구조주의 관점에 두었다면, 와다나베 교수는 “도시계획 실현으로써 도시정비사업, 역사와 전통의 물리적 측면에서 보존과 계승, 도시디자인의 수법으로써 도시공간의 형태 평가” 등 생활 밀착형 공간디자인에 더 많은 관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경관문제도 한 축으로 등장했는데, 당시 같은 강좌의 야마다 가쿠 교수는 경관문제를 “통제와 무위, 풍토에 순응과 도전 사이의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무위방임과 형성노력, 단일목표와 다수목표, 유럽지상주의와 민족주의, 신경관 지향형과 현존 또는 과거 경관 지향, 총체주의와 분석주의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무렵 필자는 이 연구실에서 1년간 있었는데, 역사환경의 보존과 계승, 생활 친밀형의 공공 공간에 관점을 둔 연구가 많았다.
이미지 구, 요코하마 선거 제2호독, 일본에서 가장 먼저 도시디자인을 시행한 요코하마는 아카렌가 창고, 구 요코하마 쇼킨 은행 등을 보존, 활용에 힘썼다.
도시 디자인의 대상과 범위론
도시디자인은 도시를 통합적으로 보는 것을 기본관점으로 하는데, 그 대상은 도시 전체에서부터 부분까지 다양하다.
일본에서 도시설계 연구소를 운영하던 구라타 나오미치는 도시디자인의 대상과 범위를 대규모 건축으로서 도시디자인, 건축집합체로서 도시디자인, 가로경관으로서 도시디자인. 공공공간 정비로서 도시디자인, 도시비전으로서 도시디자인, 도시구조로서 도시디자인, 도시정책으로서 도시디자인, 도시비평으로서 도시디자인으로 규정했다.
1992년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세계 도시디자인 포럼은 “도시정책 골격과 관련을 갖는다. 도시디자인 질서를 디자인한다. 도심을 사람이 거주하는 다양한 장소로 디자인한다. 역사적 문맥을 더듬어서 도시 개성을 발굴한다. 도시문화를 디자인한다. 생태계와 공존을 모색한다. 촉매로서 프로세스 디자인을 수립한다. 비공식 플랜에 의한 합의형성과 유도를 도모한다. 공식리듬을 전략화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도시디자인이 물리적 형상만이 아닌 도시정책, 역사, 문화, 생태, 수법도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적 도시디자인 도시로 평가 받고 있는 요코하마는 “보행활동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확보한다.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자산을 소중히 한다.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장소와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증대한다. 형태적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지역의 지형이나 식생 등의 지역적 특성을 소중히 한다. 오픈스페이스나 녹지를 풍부하게 조성한다. 바다나 하천의 수변공간을 소중히 한다”라고 생활 친밀형 도시공간 디자인의 실현을 구체화했다. 오늘날 요코하마가 ‘사람의 도시’로 불리는 데는 바로 이같은 지속적인 도시디자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코하마를 걸어보면 렌 긴도로즈 말처럼 도시디자인이 도시공간과 관련된 서로 다른 수많은 조각(대상)을 모아서 하나의 장소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공공 디자인도 포함된다. 공공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외국 도시공간 디자인에서는 들어본 기억이 없지만, 우리 행정에서는 상당히 정착된 용어다. 넓은 의미로는 공공에서 관여하는 건축물이나 토목 등을 비롯해 가로시설물, 교통 안내판, 가로등, 바닥 포장, 간판 등을 포함하기도 하고, 좁은 의미로는 가로 시설물, 교통 안내판 등으로 한정하는 것 같다.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공공 디자인이 도시공간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도시 디자인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도시를 혼란스럽게도 할 수 있다. 요코하마가 도시공간 등에 시설물의 종류와 양이 많아지면서 토탈 디자인을 모색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도시디자인의 관점과 수법론
도시디자인의 관점
도시공간은 과거의 축적이고 우리들은 거기에서 생활하지만, 생활양식의 변화, 경제 수준의 향상, 기술의 발달로 항상 새로운 도시공간으로의 변화를 바라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유도·제어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도시디자인은 여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도시디자인 실현에는 도시정책, 공공과 민간의 역할과 개발규정, 제도운영, 자금조달 등과의 연계는 물론, 합의형성이 필요하다. 또 상황이 변화되면 도시디자인의 관점과 대상, 수법도 바뀌어야 하고, 도시디자인 실현에도 긴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 디자인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요코하마가 협의형 도시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가 초청 받았던 2014년 ‘요코하마 도시만들기-도시디자인 20인의 증언’에서 요코하마 시립대학교 스즈키 노부하라 교수는 요코하마의 40년간 도시디자인을 “암묵지로써 도시디자인, 토지이용 컨트롤과 도시디자인, 도시정책의 이벤트로써 역할이었다”고 규정했다. 도시디자인의 정의는 시대상황에 따라서 변화된다는 의미이다.
이미지 구 니혼교우가 바샤마지 빌딩, 요코하마 비샤미찌 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요코하마 다움'을 만드는 역사적 경관 보존을 목적으로 한 1호 인증 건물이다.
네번째로 도쿄대학 도시디자인 강좌를 맡은 니시므로 유키오 교수는 “도시디자인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이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실체로 귀결되는 공간 조직을 목표로 해서 최종 성과물을 이미지화하면서 그것이 초래하는 형이상적 의미나 계산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도시의 부분 디자인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과 상대적 관계에서 기능한다.
도시디자인은 예술가의 사념 속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도시디자인을 실현시키는 과정에는 도시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있다. 도시디자인은 도시생활자가 이용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도시 생활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 디자인은 그것이 설령 어떤 예술적 가치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높이 평가될 수는 없다. 도시디자인은 짧은 기간에 완성될 수 없는 디자인이다” 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개항의 길 일부, 1911년 개설되어서 1985년까지 기차가 다니던 임해부 철도를 중심으로 한 1.2킬로미터 보행로는 건물과 연동하여 개설되었다.
일본에서 도시디자인은 늘 긴 기간을 상정한다. 그래서 실현성을 갖는다. 우리 도시들처럼 지자체장의 임기 동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실질적 실현은 어렵다.
그가 도시디자인을 점적인 스폿트 도면을 통하여 디자인하는 스폿트 디자인, 복수의 사업자나 권리자가 복잡하게 얽힌 프로젝트 디자인, 결과물 중심의 아웃 풋트 디자인, 시민참여를 통한 과정 중심의 디자인인 프로세스 디자인은 물론, 컨트롤 디자인으로 구분한 것도 바로 실현 기간과 대상의 관련성에 기인한다.
도시디자인의 수법론
ⓐ 하드적 도시 디자인과 소프트적 도시 디자인
도시디자인은 스스로 최종적인 물적 디자인을 하는 하드 도시디자인과 다른 사람의 디자인 행위를 간접적으로 컨트롤하는 소프트 도시디자인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전자를 환경디자인, 후자를 매니지먼트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환경디자인은 광장, 녹지와 공원, 수변 등과 같이 소유자가 같고, 설계자가 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매니지먼트 디자인은 택지개발지구, 가로공간, 가로건축군, 상점가 등 소유자와 설계자가 각기 다를 경우에 가이드 라인이나 메뉴얼 등을 통해서 개별건축 디자인을 컨트롤하는 것으로써, 대표적인 공법상 제도가 지구단위계획이다.
ⓑ 도시디자인과 총괄건축가 (M.A)
건축과 도시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만약 각자가 자유롭게 건축하도록 할 경우, 도시는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이를 통일적으로 해석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나 메뉴얼이 필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은 아주 섬세하고,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어 언어적 표현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디자인 률을 해석하고, 컨트롤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들을 마스터 아키텍트(M.A·총괄 건축가), 또는 프로듀서, 코디네이터 등으로 부른다. 일본에서 M.A 제도의 선두적 공헌을 했던 건축가이자 교토대학의 우치이 교수는 프로듀서를 마스터 아키텍트(M.A)로, 개별부지 건축가를 블록 건축가(B.A)로 규정했다.
필자가 교토대학에 잠시 있을 때 그는 도시개발에서 M.A 중요성을 사례들을 통하여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쭈꾸바 대학의 이전 계획을 총괄했던 도히 교수는 MA와 BA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건축가이자 도쿄대학 건축학과 교수인 구마 겐고는 필자가 번역한 책 ‘건축-마찌나미 경관 창조’에서 “프로듀서에게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충분한 교양과 식견이 있어야 하고,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현대적 다양한 조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도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해 속에서 도시 또는 가로경관의 고유성을 재정의하는 것이 프로듀서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프로듀서는 단순한 조정자가 아니라 건축가 개발업자, 주민 등을 납득시키는 설득력이 있고, 도시 고유성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 실체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분쟁을 조정하고, 사회적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탁월한 이론가인 동시 실무가다.
그는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탁월한 이론과 비전, 실행력, 합의 형성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복잡한 상황에서는 한 사람의 프로듀서가 양쪽의 자질을 겸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M.A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기중심적 사고를 이입시키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행정은 뒷받침을 잘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는 게 필요하다.
총괄 건축가의 책무는 건전한 개체가 모인 사회가 곧 건전한 전체 사회가 된다는 논리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총괄 건축가의 명확한 비전은 물론, 행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을 위한 도시디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