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승록 노원구청장
대담 정희정
사진 공공디자인저널 편집부
사진 공공디자인저널 편집부
삶에 자연과 휴식을 더하는 힐링도시!
도시 속에서 힐링이란, 도시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 편하고,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을 거리에서 볼 수 있고, 내가 사는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내 주위에서, 또한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곧 힐링도시다.
자연과 인간이 화해할 수 있는 필수적 도시공간을 꿈꾸는
오승록 구청장! 짧은 인터뷰였지만 오래전부터 많은 생각과
연구를 통하여 자신이 꿈꾸는 밑그림을 완성시켜둔 여유에서
비롯된 그의 미소 속엔 충만한 자신감이 밀려나왔다
정희정. 구청장님께선 유독 ‘힐링도시 노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시 공간과 도시문명이 갖는 ‘힐링’의 의미와 그 방안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십시오.
오승록.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사회의 핵심 영역들이 도시 공간으로 집중되었고, 인구도 점차 도시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 구획도 정리되었는데 이때 작용한 중심 원리가 효율성이었다. 사람 중심이 아닌 공장, 사무실, 은행, 관공서 등 자본주의적 흐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비가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고 지내온 도시는 뭔가 삭막하고 차갑다.
이러한 도시 속에서 힐링이란, 즉 도시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 편하고,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을 거리에서 볼 수 있고, 내가 사는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내 주위에서, 또한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곧 힐링도시다.
모처럼 쉬어야 하는 주말에까지 차를 몰고 멀리가지 않고도 지역 곳곳에 주민들이 주말에 2~3시간 정도 머물며 휴식할 수 있도록 권역별 힐링타운을 조성한다. 먼저, 상계지역이다.
당고개역으로부터 1.2km 떨어진 수락산 동막골에 자연휴양림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산림 치유센터, 산림휴양관, 숲길 산책로, 명상쉼터 등으로 구상 중이다.
중계동 불암산에는 지난해 9월 개장한 나비정원을 중심으로「불암산 힐링복합 단지」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미 만들어진 ‘유아숲 체험장’과 청소년 익스트림 시설인 ‘더불어 숲’과 함께 2.3km 거리의 무장애 숲길을 연장하고 철쭉동산 조성, 족욕과 차 테라피를 할 수 있는 ‘산림치유센터’, 노원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도 오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도 갖출 계획이다.
이정도면 대략 2~3시간 머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릉동 화랑대역 철도공원에는 기차카페, 생활정원, 아침고요수목원과 같은 야간 경관 조명도 설치해 경춘선 힐링타운을 만든다.
월계동 영축산에는 순환산책로 3.92km를 3단계로 나눠 시행한다. 1단계로 우이천 옆 SK뷰 아파트~정상~광염교회 1.83km 구간을 연말, 2단계 월계 유아숲 체험장~성북역 신도브래뉴~광운대역 뒤 1.44km을 2020년 말, 마지막 3단계 삼한상운 운수~월계문화체육센터 0.65km 구간을 끝으로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원을 꽃과 정원의 도시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다. 동일로와 경춘 철교, 당현교, 창동교 등 76km 구간에 난간걸이 화분을 설치했다. 당현천과 중랑천에는 초화류 식재, 야간 경관조명 개선, 산책로를 정비해 걷고 싶은 하천으로 바꿔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27개의 근린공원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휴가든’사업을 한다. 첫 결실로 상계 주공 4단지 원터근린공원을 마치 정원으로 꾸몄다. 또한 89개에 이르는 어린이공원 시설도 개선한다.
사진 공공디자인저널 편집부
정희정. 노원은 수락산, 불암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녹지 공간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그럴수록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쾌적한 도시적 삶이 보장되는 공공디자인, 도시디자인, 도시 환경의 인간친화적 재생 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관한 구청장님의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오승록. 그동안 국내 디자인은 산업 측면의 디자인 정책에 집중함으로써 산업적·경제적·기능적 측면에서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된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공감하는 문화로서의 가치는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지역의 정체성과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을 통해 사회공동체가 직면한 각종 공공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책임을 확장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정책의 체계적 시행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구는 7월부터 전문인력 중심의 공공디자인팀을 신설, 고품격 디자인 노원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전략 수립, 표준 디자인 및 권역별 특성화 디자인 개발 등을 추진한다.
또한 공공디자인 진흥 조례를 제정하여 공공디자인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공공디자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디자인 및 사업 추진에 대한 자문 등을 얻을 계획이다.
정희정. 앞에서 언급된, ‘삶에 자연과 휴식을 더하는 힐링도시’는 구청장님이 취임 후 가장 자주 강조해온 슬로건이자 구정의 목표 가치로 이해됩니다. 자연과 ‘휴식’을 더하는 힐링도시는 곧 자연과 인간이 화해하는 도시공간이 필수라고 하겠습니다.
가로와 조형물의 어울림, 도시 환경에 적합한 건축물, 조화로운 간판문화, 쾌적한 환경에 어울리는 도시 시설물이 그런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이에 관한 구청장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오승록. 거리의 안내판, 정류장, 벤치, 휴지통 등 작은 요소들이 모여 그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디자인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배경이 잘 나타날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다만 모든 것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된 우리나라 도시의 거리를 보면 사람보다는 차량이 우선이고, 자연보다는 인공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걷기 편하게 배치된 조형물, 어디서나 쉴 수 있는 공간 등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이 자연과 함께 한 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희정. 노원구는 서울의 대표적 ‘베드타운’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구청장님은 취임 초부터 이런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일자리, 문화, 복지, 교육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노원구를 표방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오승록. 노원구는 1980년대 정부가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생긴 계획도시이다. 주거시설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있고, 기업이라고 할만한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베드타운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족도시로의 면모를 갖춰야 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부지에 서울대병원을 유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서울대병원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전이 성사된다면 이 일대는 의료·바이오 분야의 기업들이 모인 첨단 의료 산업단지로 성장할 것이다. 이 일대의 성공적인 개발에 노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구정 목표는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이다. 장기적인 과제의 개발 사업을 착실히 진행함과 동시에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노력들을 해나갈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휴일을 즐길 수 있도록 힐링타운 조성에 매진함은 물론 문화적인 향유를 누리도록 할 것이다. 기존의 문화시설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노원문화예술회관에 유니버셜 발레단, 뮤지컬 갈라 콘서트 등의 명품 공연을 기획 중이고, 7월에는 서울 시립 북서울 미술관에서 근현대명화전을 연다. 가을에는 탈축제와 화랑대역 가을음악회 등의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아울러 7월 문화예술 정책 기획을 담당할 노원문화재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장애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로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한다.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동육아방을 2022년까지 동별 1개소씩 총 19개소를 마련한다. 또한 빈틈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한 아이휴 센터를 2022까지 40개소를 마련한다. 아울러 아이들의 안전과 보호 환경 조성을 위해 기초 지자체 중 최초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운영 중이다.
또한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일자리 지원센터 및 장애인 가족에 대한 상담과 역량 강화를 위한 가족 지원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에게는 편안한 여가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경로당 환경개선 사업을 시행하고 지난 5월에는 어르신들의 노후생활 지원을 위해 일자리 센터를 개소했다.
정희정. 노원구는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건강복지도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선 물리적, 정신적 지원과 복지가 중요하고, 또한 이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동선과 공간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등과 같은 사회적 배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된 시책 방향을 설명해주십시오.
사진 공공디자인저널 편집부
오승록. 이용하는 사람의 성별, 나이, 장애, 언어와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유니버셜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 등을 보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구에서는 보도 평탄화 작업, 파손구간 교체, 안전난간, 험프형 횡단보도 설치 등의 보도 환경 개선 사업을 꾸준히 시행 중이다.
또한 장애 아동도 이용할 수 있는 ‘함께 놀이터’도 조성한다.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할 수 있는 그네를 설치하는 등 기존 놀이터를 리모델링해 2022년까지 총 19개소를 설치한다.
기존의 디자인이 평균에 맞춰져 있다면 유니버셜 디자인은 모든 사람에게 맞춘 디자인이다. 공공시설물부터 개선해 나가야 된다고 본다.
정희정. 특히 재난이나 범죄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안전도 중요합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디자인에 의한 범죄 예방과 재난 방지, 즉 셉테드(CPTED)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만, 노원구는 어떠한지요?
오승록. 2014년부터 지역별 맞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셉테드)를 활용해 일반주택지역 범죄 제로화 사업을 펼쳐왔다. 범죄율 하락이 저조한 지역에 24시간 관제 센터와 연계된 방범용 CCTV와 비상벨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야간 골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LED 보안등, 소형전등의 조명시설을 설치함은 물론, 자연 감시망 강화를 위해 미러시트, 반사띠, 반사경, 담장도색, 방범덮개 등 지역별 특징에 맞는 맞춤형 방범 인프라를 구축하여 범죄 예방 환경을 조성했다.
2016년 말에 치안정책 연구소 ‘사업의 범죄예방효과에 관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사업 시행 전과 후 일반주택지역 주요 6대 범죄 발생률이 21%, 침입 절도의 경우 52%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노원경찰서의 2016년, 2017년 범죄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는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일반주택 지역 범죄 제로화 사업’을 통해 범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제3회 대한민국 범죄 예방 대상 경찰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희정. 구청장님께선 구정에 대한 주민 참여를 강조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소통에 의한 열린 구청장”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소통과 참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계신지요.
오승록. 현장을 다니면서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구청장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취임 후, 그리고 올해 1월 동주민센터를 다니며 업무보고를 받고 주민들의 각종 민원사항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지난 4월부터는 246개 경로당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현장에 가면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