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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예술의 섬 나오시마! - 2편

나오시마
 
청운대학교 교수
정 희 정 디자인학 박사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바다의 역, 미야노우라 항구
세월따라 늙어가던 나오시마 항구는
디자인과 예술로 다시 젊어지고 있었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나오시마로 가는 길은 멀고 번거롭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비행기를 타고 가가와현의 다카마쓰 공항이나 오카야마현의 오카야마 공항에 내린다. 다카마쓰 공항에서는 리무진을 타고 다카마쓰 항으로가서, 오카야마 공항에서는 리무진을 타고 우노 항으로 가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오카야마를 경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카야마는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고라쿠엔(後樂園), 에도시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쇼핑 거리인 구라시키(倉敷) 미관지구로 유명한 곳이다. 리무진을 타고 차창 밖으로 오카야마 시내를 보며 1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우노 항에 도착한다.
 
우노 항에서는 나오시마의 혼무라 지역과 미야노우라 항구로 갈 수 있다. 나오시마에서는 불과 20여 분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혼무라 지역으로는 작은 배가, 미야노우라 항구로는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필자는 미야노우라 항구를 선택했고 시간은 40분 정도 걸린다. 미야노우라 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만나는 건물은 선박터미널이다. 그리고 <빨간 호박>과 함께 ‘아이러브유(I♥湯)’라는 목욕탕도 바로 근처에 있어 나오시마에 도착하자마자 현대미술을 접하게 되는 셈이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배려가 깃든 마린스테이션
미야노우라 항에 도착하면 거대한 주유소 같은 선박 터미널인‘ 마린스테이션(Marine Station) 나오시마’와 마주하는데 나오시마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 나라나 지역의 관문은 그곳의 첫 이미지를 좌우하며 그 이미지는 오랜 시간 기억 속에 남아 지역의 브랜드로 자리하게 된다.
 
‘마린스테이션 나 오시마’는 청결하고 구조적인 절제미가 돋보여 인상적이었으며 그곳 직원들 역시 친절했다. 이 건축물은 나오시마의 풍경을 병풍 삼아 수평으로 드리워진 지붕이 눈에 띈다.
 
또한 밀폐되고 답답한 일상의 건축구조물에서 벗어나 천장재를 제외한 사면을 유리 벽체로 구성하여 터미널을 찾는 손님들에게 항구 풍경을 고스란히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슈퍼밀러 스테인리스 구조를 채택해 항구 풍경을 연장시켰다. 미야노우라 항 구의 선박 터미널인 ‘마린스테이션 나오시마’는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의 작품이다. 이들은 건축회사 사나(SANAA)의 동업자로 일본 나가노(長野)의 O-박물관과 가나자와(金澤)의 21세기미술관, 뉴욕 신현대미술관, 스위스 로잔의 롤렉스학습센터 등을 설계했다. 특히 21세기미술관은 미술관의 고정관념을 깬 건축물로 유명하다. 건물 외벽은 모두 유리로 처리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둥그런 건축물 사방으로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또한 ‘앞뒤 구분이 없는 미술관’으로 설계해 관람객들은 건물 모든 방향에서 들어갈 수 있고 전시물도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골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두 건축가는 이 같은 파격적이고도 단순미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물 디자인을 ‘마린스테이션 나오시마’에도 그대로 적용해 나오시마의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또한 세토 우치국제예술제에서 세지마 가즈요는 이누지마 섬의 민가 네 곳을 집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으로 만들고, 니시자와 류에는 데시마 섬에 미술관을 건립했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미니멀리즘으로 대변되는 나오시마 전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곳의 실내외를 살펴보면 사소한 곳까지 배려가 넘치는 현대건축의 기법과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이곳에서는 나오시마 섬을 운행하는 셔틀버스 ‘나오시마 마이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에는 나오시마의 상징인 <노란호박>과 페리, 벚꽃이 그려져 있어 이곳이 나오시마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나오시마의 랜드마크 빨간 호박
예술작품과 항구를 조합한
구사마 야요이 Kusama Yayoi
 
멀고 지루한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익히 들어왔던 것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 때문인지 항구에 도착할 무렵 멀리서 <빨간 호박>이 보이면 페리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페리의 안쪽에 앉아 있어도 사람들의 술렁거림에 나오시마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일제히 달려가 사진을 찍는다. <빨간 호박>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베네세하우스 근처 방파제에 있는 <노란 호박>에 이은 두 번째 <호박> 작품이다. 두 <호박> 모두 빨간색과 노란색의 원색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가 그려져 있다. 반면 <빨간 호박>은 <노란 호박>보다 큰 데다 크게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가 눈높이의 작은 구멍으로 바다 풍경도 볼 수 있어 한층 더 친근감이 든다. 이처럼 상징적 조형물은 기존의 건축환경의 정면에 내세워 상징성만을 이야기하는 의무적인 설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라만 보는 조형물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조형물로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나오시마에 구사마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과제였는데 결국 사용하지 않는 부두에 설치했다. 호박이 설치됨으로써 방파제와 바다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
 
출처-『나오시마, 세토 내해 예술의 낙원』,
아키모토 유지ㆍ안도 다다오 외 저, 일본 신초사
 
도시환경을 위한 미술품은 개인의 예술적 표현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생활환경을 구성하는 요소인 만큼 그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환경미술, 환경조형미술로도 불리며 현대도시 공간 안팎에서 마주하는 미술품들은 전시장 이외의 장소에 위치하면서 또 다른 미술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도시의 시각적 언어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항구에 웬 생뚱맞은 호박이란 말인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보인다. 그런데 가만 보면 또 썩 잘 어울린다. 이는 어떤 물건을 일상적인 환경에서 전혀 다른 환경으로 옮겨 기이한 만남을 연출하는 미술 기법인 ‘데페이즈망(Depaysement)’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강렬한 원색과 물방울무늬가 호박이라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질을 사라지게 하고 대신 방파제 위에서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오히려 밝고 경쾌한 느낌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데페이즈망 기법을 구현한 대표적인 작가로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를 들 수 있다. 그는 성채에 거대한 나무뿌리를 붙여놓거나, 야구하는 사람들 위로 거북이가 헤엄치고 있거나 하는 식으로 전혀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 혹은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데페이즈망을 표현했다. 관광객들은 <빨간 호박> 앞에서 사진 찍고,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 찍고, 조그만 구멍으로 고개 내밀고 사진 찍고 하는 것으로도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지 아예 호박 위로 올라가보려고 다리를 치켜 올린다. 물론 작품을 손상시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조형물 하나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고 감동을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빨간 호박>은 특별한 건축물 하나만을 위해 작업하는 근시안적 미술 장식품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문화 공간 가꾸기 차원에서 공공미술의 기능을 발휘한 좋은 사례이다. 조각품이나 조형물은 사진이나 회화 작품과는 달리 일정 공간에 계속해서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적극 반영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것이다.
 
2011.7 Canon EOS 5D Mark Ⅱ 24-70mm 1/500s F7.1
 
베네세하우스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던 오타니 사토코 의원이 그대로헤어지기가 아쉬웠던지 다음 날 내가 묵고 있던 민박집으로 찾아왔다. 우리는 아침을 같이 하고 길을 나섰다. 이틀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친구가 되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많은 일을 제법 경험한 나이인데도 이별은 여전히 힘들다. 오타니 의원, 나오시마 주민들, 그리고 나오시마를 뒤로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멀어져가는 미야노우라 항구의 <빨간 호박>을 바라보고 있자니 종종거리며 걷는 구사마 야요이의 얼굴이 스쳐가며 머지않아 또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친환경 생태마을을 꿈꾸며 어촌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해수부가 선정한 2019 ‘어촌뉴딜300’ 사업대상지 70개소는 지금쯤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요?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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