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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조용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칼럼

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1편-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일까?

 

조용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前)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前)한국주거학회장

前)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前)중앙도시계획위원

 

​편집인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이셨던 조용준 교수를

오랜만에 광주광역시의 어느 커피숍에서 만났다.

오랜 시간 사람사는 도시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만 듣고 기억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본 저널에 컬럼의 연재를 청하였다.

흔쾌히 허락을 받아 그로부터 좋은 도시의 조건들!

좋은 도시의 사례들! 사람냄새를 지운 아파트 공화국!

어떻게 하면 사람냄새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가 들어보자.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은 도시이다.

도시는 가장 심원하고 지속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자연환경을 새롭게 바꿀 줄 아는 인류의 능력을 입증하는 증거물이다.

또 인류가 하나의 종(種)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어낸 최고의 세공품이다.

-중략-

도시를 창조해온 5천 년에서 7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류는 무수한 형태의 도시를 만들어냈다.

어느 도시는 처음에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대도시로 발전한 반면,

어느 도시는 처음에는 화려한 영광을 누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허허벌판에 몇 조각의 흔적만이 찬란한 도시였음을 보여 준다.

-중략-

도시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도시들을 쇠락으로 이끄는 것일까?

-중략-

도시들이 성장하고 쇠락하는 과정에는 모두 역사와

그 역사가 일으킨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시, 역사를바꾸다. 조엘 코트킨저, 윤철희 역, 을유문화사-

 

 

좋은 도시의 조건들!

좋은 도시란 다양한 가치관과 삶, 문화의 방식을 갖는 집단과 계층이 섞여 여러 형태의 인간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심도시다. 특히 가난한 사람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위압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도시다.

이를 위해서는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는 즐거움을 주고, 다양한 만남과 비일상적 이벤트가 일어나는 가로 공간이나 광장 등 공공 공간이 많아야 한다. 또 아주 오래전 조상들이 그린 그림 속의 도시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역사성도 있어야 한다.

특히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삶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실개천이나 언덕 등의 자연유산은 물론, 골목길이나 전통주택 등 생활형 유산도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맥락과 대조, 도시미를 느낄 수 있는 도시경관도 있어야 한다. 이런 도시가 바로 누적적 다양성의 도시이다. 도시 다양성은 도시와의 대면성을 강화시키고, 걷고 싶은 도시가 되게 한다. 그래야만 도시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고, 이웃사촌이 되는 사람의 도시가 된다.

 

사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도시모습

 

‘뉴욕 타임즈’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52개 장소’ 중 하나로 부산을 추천했었다. 부산에서는 도시 여행, 소도시 여행, 골목길 여행, 테마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다양성이 있는 도시라야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도시를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라고 부른다. 도시에 대한 관점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 음악도시 비엔나. 앞 건물은 베르사유 궁전만을 화려하다는 쉘부른 궁전

 

좋은 도시의 사례들!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곳은 어디일까?

도시 어느 곳에서든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으며 여름이면 필름 페스티발이 열리고,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 운영되거나 크리스마스 시장이 문을 여는 시청 앞 광장이 살아있는 비엔나, 수많은 역사적 이야기를 도시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는 베네치아, 도심의 가로 공간과 광장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프라하, 줄지어서 관람을 기다리는 거대한 궁전이나 성당 대신 보이는대로 느끼면 되는 자연과 생활 친밀형 자산에서 잔잔한 감흥을 체험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길 잃을 걱정이 없는 작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나 다카야마는 좋은 도시이다.

대도시이면서도 현대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역사적 건물이 위압감을 주지 않고 골목길을 따라 흐르는 맑은 실개천에서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고, 한번 빠져들면 절대 질리지 않는 전통이 만든 내면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교토나 사람의 공간으로 잘 디자인된 요코하마 역시 좋은 도시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도시를 도시답게 하는 건축이 있고, 건축을 건축답게 하는 도시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위압적 풍경의 도시가 아닌, 세심하게 잘 배려된 도시라는 점도 들 수 있다. 아울러 도시디자인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잘 디자인된 도시공간과 경관 등이 있다는 점도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도시는 거주민들에게는 자부심과 애착심을 갖게 해주고 방문객들에게는 감흥 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들 도시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위대한 행위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개인적인 관심과 함께,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공동체적이라는 개념은 민주적 참여와 합의의 공동체 의식뿐만 아니라, 지나간 세대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시대적 혹은 역사적 공동체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좋은 도시는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음은 위에 언급한 도시들이 잘 말해 준다. 도시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애착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람 냄새를 지운 아파트 공화국!

한국의 도시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린다.

발레리 줄레조 프랑스 마른-라-벨레 대학교수가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군대 막사를 연상시키는 대단위 아파트를 보고 그 거대함에 충격을 받아 쓴 논문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외국인 눈에는 우리 도시들이 그렇게 보였을 성싶다.

우리 도시는 아파트가 출현한 지 50여 년 만에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자동차가 도시를 지배하고,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내몰려 끼리끼리의 교류가 보편화되면서 전통적 커뮤니티와 문화는 붕괴되었다. 지역 문제에 대한 자율적 처리 능력은 상실되고 이웃사촌도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는데, 이 중심에 아파트가 있다.

특히 유행처럼 이루고 있는 재개발사업은 사람 냄새 나는 단독주택이나 골목길 등의 동네는 물론이고, 언덕이나 하천 등의 자연환경을 파괴한 후 그 자리에 하늘을 가릴 것 같은 위압적인 아파트를 집어넣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누적된 다양성을 파괴하고 표층적 획일성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재정착이 어려운 사람들은 더 열악한 지역으로 떠나고 아파트는 여전히 소유 형태별, 규모별로 입지하면서 계층문화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 전상인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초고층 아파트 거주는 성공의 징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상의 고통과 절망을 못 느낀다. 특히 한국의 후진적 주거문화는 아파트 사회로의 행군으로 인해 이 땅의 평범한 시민, 미래 세대로 하여금 좌절하고 주눅들게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도시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짧은 기간에 일어난 우리 도시의 변화는 쓰나미 그 자체였는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를 ‘지구상 1호 소멸 국가’로 지목했다. ‘2018 인

구절벽이 온다’의 저자 헤리 텐트는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인데도, 앞으로 닥칠 일을 아직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구감소에 대한 많은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도시들은 찰스 몽고메리의 말처럼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는 현존주의 아래서 아파트 공화국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40년이 되면 지자체의 절반(986개)이 사라지고 전 국토의 61%에서 사람의 흔적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 신도시의 모델이었던 일본 다마 뉴타운은 오래전부터 빈집이 크게 늘고 있다. 영국의 런던 정경대(LSE) 도시연구소장 앤디 프렛 교수 말처럼 기존 도시가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왔다면 앞으로의 도시는 불평등과 경쟁을 해소하는 창의 도시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후손들에게 사람 냄새 나는 도시를 물려줄 수 있다.

도시디자인이 사람 냄새 나는 도시를 만든다!

도시디자인은 사람 냄새 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도시와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 등의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 관계 디자인으로의 역할을 하며 공유나 공공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산업사회를 거치는 동안 우리 도시들은 땅의 사적 가치는 단군 이래 최대로 높아졌지만 관계성을 만드는 공공 관점은 줄곧 소홀히 해왔다.

근래 인구감소와 함께 혈연가족 붕괴, 절연 생활, 고독사의 증가 등으로 관계성 강화가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개인 행복은 도시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는 이웃사촌, 사회 가족, 사회자본, 공공공간이 만든다(몽고메리, 윤태경 역,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는 점에서 관계성의 강화가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인구감소가 더 심화되면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함께 도시재정 악화로 이어져 도시기반 시설의 관리와 운영 열악, 무거주지역출현, 환경부하증가 등의 문제점이 따르고 그에 따른 대응 비용도 크게 증가 할 것이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행동반경을 줄이는 집약형 도시구조로의 재편과 함께 이 거점인 도심 및 기성 시가지를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는 기능 부여 및 강화가 필요하다.

OECD는 2012년 4월 발표한 ‘한국 도시정책 보고서’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대중교통 시설의 개선, 고령자 맞춤형 주택공급,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노인복지 서비스제공,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도시디자인 개선과 문화포용 정책의 실현 등이다.

특히 2015년 이후 OECD 중에서 2번째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가 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여러 도시정책을 통해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OECD 중에서 7번째로 높은 상대적 빈곤 수준에 대비하는 유연한 도시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도시디자인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소자녀 고령화 시대에 사람 냄새 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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